01. 뽕 빼다 보니 다큐 보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돈을 내는 건 내게 그다지 익숙한 경험이 아니었다. 신기하게도 TV 에 내는 돈은 마치 관리비 내는 마냥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넷플릭스는 그렇지 않달까?
여튼 돈을 낸 만큼 뽕을 빼자는 일념 하에 보던 넷플릭스는 어느덧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앱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오늘은 넷플릭스 컨텐츠 중 성범죄와 관련한 몇 가지 다큐멘터리를 추천하고자 한다. 버닝썬, n번방, 정치인들의 성폭행 논란과 조두순 출소까지 최근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은 다 성범죄와 큰 관련이 있었다.(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한다. 조두순이 출소하는게 참 어이가 없다.)
넷플릭스에는 재미난 프로그램도 많지만 퀄리티 좋은 다큐멘터리도 많다. 추천하는 다큐를 보며 과연 외국인들은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어떠할 지 살펴보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02. 성범죄 관련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EST 3
01.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미국 국가대표 체조팀 닥터 래리 내서의 성폭행(+ 성추행) 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학대당하는 선수들을 위로하는 척 가증스럽게 선수들을 추행한 그의 행적이 무려 20년 이상 자행되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었고 그간 당해온 수많은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인터뷰에 나올 때마다 멋지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왜 몇년이 지나서야 얘기를 하냐는 말로 비난을 받았다는데..성폭행 피해자들에게 돌팔매질하는 프레임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바로 생각났던 건 쇼트트렉 국가대표 선수 심석희. '국가를 위해서' 라는 명분하에 학대당하는 국가 대표 선수들이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다큐멘터리,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를 가장 먼저 추천한다.
02. 제프리 엡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희대의 미성년자 성범죄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정말 돈과 권력, 여기에 사교계까지 합쳐지면 얼마나 무서운 지 깨닫게 되었다.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데 실화라니..놀랍기 그지 없다. 특히 그가 미성년자들을 성착취하기 위해 만든 성착취 피라미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성폭행 다단계라니..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은 돈을 받고 친구들을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넘긴 미성년자들 또한 피해자로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와 같은 인식이 우리 나라에서 가능할까? 가능할 수는 있어도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다. 돈과 권력, 그리고 사교계까지 얽힌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제프리 엡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를 두번째로 추천한다.
3.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핫요가 창시자, 비크람 초우두리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멘터리는 그의 성공부터 시작해 여자 수강생들을 성추행, 성폭행하는 과정까지 부드럽게 이어간다. 실형을 선고받고도 다른 나라에서 요가를 가르키며 돈을 벌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범죄자 하나 잡는게 이리도 어려운가 싶어 우울했다.
비크람 초우두리는 누군가에게는 삶을 (대단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주었던 사람이기에 앞서 소개한 두 다큐멘터리의 성범죄들과는 조금은 결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그 이질적인 모습을 보면 '옆에서 오래 봐왔는데 그럴 사람 아니에요' 하는 성범죄자 주변인들의 증언이 들리는 듯하기도 하다. 성범죄자의 두 얼굴을 살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을 마지막으로 추천한다.
03. 성범죄는 이제 제발 그만..
다큐멘터리를 보며 많은 걸 배운 듯하다. 가장 인상 깊던 건 성착취를 당한 여성들을 피해자(victims) 대신 생존자(survivors) 로 부르는 것. 사실 국내 언론에서도 이와 같은 표현을 종종 사용하는 듯하지만 나같은 경우 이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상태였기에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나같은 경우 (다큐멘터리들을 보고) 그간 남성의 시야로 성범죄를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위 다큐들은 남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성범죄는 이제 정말 그만 생겼으면 좋겠다. 솜방망이 처벌이 제발 없어졌으면 바라고 또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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