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상표] 02. AECA WHITE(에이카 화이트), 미니멀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다
01. 퇴사를 못하는 이유
늘 그렇듯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편집샵에 눈팅을 하던 때였다. 이제 블로그도 하는데 좀 색다른 브랜드는 없는지 여러 온라인 편집샵을 탐방하던 중 한 브랜드의 의류가 눈에 띄었다.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모니터로 봐도 보이는 좋은 원단까지. 그렇게 나는 블로그 때문이라는 내 나름의 합리화(라 적고 시발비용이라고 읽는다)를 하며 퇴사를 미루는 결정을 했다.

구매한 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마음에 무척 들어 패스트 패션 관련 글을 잠시 미뤄두고 이번 편에서는 이 브랜드를 리뷰하고자 한다. 대동여상표에서 다룰 두 번째 브랜드는 AECA WHITE(이하 에이카 화이트)이다.
02. 더이상 동대문은 싸구려가 아니다
에이카 화이트는 2016년 2월에 ensill(이하 엔실)이라는 섬유 기업이 런칭한 브랜드이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고급진 소재, 그리고 편안함을 갖춘 의류라는 브랜드 컨셉을 가지고 있다. 실제 에이카 화이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브랜드 컨셉은 Luxurious, Simplicity, Essential, Minimal, Comfort 이 5 가지이다.
말만 들어서는 굉장한 디자이너 브랜드 같지만 냉정하게 얘기해서 그건 아니다. 이는 아래 회사 연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다 알겠지만 에이카 화이트는 원단 납품하던 곳에서 만든 브랜드, 즉 동대문 브랜드이다. 추측이긴 하지만 '유명 브랜드 납품만 하지 말고 우리도 돈 좀 만져보자' 하는 (money)욕심으로 시작된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엔실 이전 상호명인 주나패밀리를 검색해보면 이 기업이 소재에 꽤나 자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원단을 소개하며 사람들을 유입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관심이 있다면 여기를 클릭해 들어가보길 권장한다.
동대문 브랜드라고 했지만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오히려 칭찬하고 싶을 정도. 과거 동대문 하면 떠오르던 쌈마이 느낌이 전혀 없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잘 빠져서 소위 말하는 남친룩에도 적합하게 활용해볼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에이카 화이트는 무신사스토어, 29CM 같은 온라인 편집샵과 자사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29CM 오렌지 등급이라 15% 할인 쿠폰을 사용해 구매했다.
03. 디테일이 가미된 디자인, 하지만 2% 아쉽다
내가 구매한 상품은 긴팔티와 메리노울 가디건이다. 가격은 각각 49,638원과 99,000원. 하지만 오렌지 등급에게 주는 15% 할인 쿠폰을 활용해 구매 금액은 총 12만 6천원 정도 들었다. 29CM에서 18% 할인 쿠폰을 계속 돌렸는데 깜박하다니.. 돈 아까운 줄 모른다.

먼저 티셔츠(LOGO LONG SLEEVE TEE-DEEP NAVY)이다. 목과 소매 시보리 때문에 얼핏 보면 맨투맨처럼 보이기도 하는 티셔츠이다. 왼쪽 가슴팍에 로고 프린팅이 되어 있고 아래에는 작은 택을 붙여 놓았다. 깔끔하다.

어떻게 걸어놔도 굉장히 깔끔한 맛이 난다. 개인적으로 이 티셔츠의 매력은 소매 시보리라고 생각한다. 시보리가 일반 맨투맨 대비해 길이가 짧고 짱짱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착용 시에는 티셔츠 본연의 느낌을, 거울로 볼 때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런 느낌이 난다.
소매 길이가 생각보다 길다. 팔을 그대로 내리면 소매가 거의 엄지 손가락까지 올 정도. 조금 불편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길이가 딱 맞으면 더 이상할 듯해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아쉬운 점은 색상. 쉽게 얘기하면 고등학생 체육복 색깔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색은 운동 열심히 해야 하는 느낌이 나서 다른 옷들과 코디하기 좀 어려운 색상이라고 생각한다. 슬랙스에 넣어서 입으면 괜찮은데 그다음 스텝이 좀 어려운? 그런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메리노 울 가디건(MERINO WOOL CARDIGAN)이다. 기본에 충실하지만 간간히 보이는 디테일로 그 매력이 도드라지는 상품이 아닌가 싶다. 티셔츠와는 유사하게 왼쪽 하단에 택을 붙여 디테일을 가미했으며 주머니가 없어 깔끔한 느낌을 더했다.

가장 놀란 건 단연 단추 디테일.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었다는 대부분의 가디건들이 은근 단추를 아무거나 때려 박은 느낌이 나는데 이 가디건은 은은히 빛나는 단추를 가미해 심심할 수 있는 디자인에 제대로 디테일을 가미했다. 보면 볼수록 이쁘고 매력적이다. 섬유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택 또한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다.
컬러는 위 티셔츠보다 좀 더 밝고 차분한 네이비 색이라고 볼 수 있다. 뛰어다니는 느낌보다는 차분하게 커피 한잔 하고 싶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색이며 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마음에 든다.

아쉬운 점은 넥라인에 있는 택. 네이비색 가디건에 흰 실이 떡하니 보여 심히 거슬린다. 실제로 회사 동료는 뭐 묻은 줄 알고 떼어내려고 했으니 말 다했다. 왜 이런 실수를 한 건지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넥라인에 택은 절대 잘라내지 않는 편이라 이를 네이비색 실로 다시 꿰매야 하나 계속 고민하고 있다.
04. 깔끔하면서 매력적인 AECA WHITE

총평: 가격 - ★★★ / 디자인 - ★★★★ / 재질 - ★★★★
에이카 화이트의 제품은 전체적으로 깔끔한 디자인,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이지만 조금씩은 아쉬운 느낌이다. 그렇지만 소재만 본다면 정말 괜찮다고 볼 수 있다. 에잇 세컨즈와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는 이 브랜드보다 저렴할지언정 이런 재질은 정말 찾기 힘들다. 무엇보다 여타 소규모 브랜드들은 베이식한 디자인에만 너무 치우쳐 좋은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무언가 심심한, 이른바 매력이 없다면 에이카 화이트는 디테일을 가미해 베이직한 디자인임에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소재를 생각하면 적당한 가격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티셔츠 하나에 5만 원 가까이하는 건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닌가 싶어 가격에 높은 점수를 주진 않았다.
끝으로 에이카 화이트에서 구매한 티셔츠와 가디건 색상을 색상표로 비교한 사진을 올리며 이번 글은 마친다. 색상표가 구매 시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